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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홧발에 짓밟힌 20대 여성 “살기 위해 굴렀다”

2008년 6월 29일(일) 5:19 [한겨레신문]



[한겨레] 경찰 ‘따라가며’ 구타…혼자서 집회 참석

“누워서 본 전경들 얼굴 지금도 생각나”


28일 자정께 20대 여성이 또 다시 경찰의 군홧발에 짓밟혔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80년대식 진압’을 얘기한 지 사흘만에, ‘여대생 군홧발’ 사건이 벌어진 지 한달여 만이다.

회사원 장아무개(24)씨는 이날 저녁 혼자 촛불집회에 나왔다. 평소 폭력적인 상황을 경험하지 못한터라 이날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 도로에서 촛불을 들고 조용히 ‘쇠고기 재협상’을 외쳤다. 자정이 넘을 무렵 갑자기 강경진압이 시작됐다.

버스 바리케이드 빈틈과 서울시의회 골목, 두 곳에서 수백 여명의 전경이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경찰 기세에 놀라 인도로 뛰기 시작했고, 혼란한 상황에서 장씨는 넘어졌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됐다.

넘어진 장씨를 10여명의 전경이 둘러싼 채 군홧발로 짓밟고 방패로 찍었다. 장씨는 “살기 위해” 굴렀지만 전경들은 장씨를 따라가며 구타했다.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 머리에도 여러 개의 혹이 났다. 팔도 부러졌다.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팔로 머리를 감쌓기 때문이다. 병원 치료를 받고 29일 아침 귀가한 장씨는 조만간 경찰을 고소할 생각이다.

아래는 장씨와 일문일답.

-어떤 상황이었나?
=28일 밤 12시가 넘어 갑자기 경찰 집압이 시작됐다. 시민들이 놀라서 뒤로 뛰었고 나는 다른 사람과 부딪히면서 넘어졌다. 전경 십여명이 나를 발로 짓밟고 방패로 찍었다.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누워서 본 전경들 얼굴이 지금도 생각난다. 충격적이었다. (눈물)

-동영상을 보면 도망을 치는 것 같던데?
=살기 위해 굴렀다. 그래도 따라오며 계속 때렸다. 머리 부분을 주로 짓밟았고 머리를 감싸다 팔이 부러졌다. 이대로는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다가와 나를 구해줬다. 경찰들은 나를 때리며 욕도 많이 했다.

-어디를 다쳤나?
=팔이 부러졌고, 입술이 부르트고 광대뼈에 상처를 입는 등 얼굴이 엉망이다. 온몸이 타박상 투성이고, 특히 머리에도 혹이 많이 났다. 막 병원에 왔을 땐 말도 잘 안 나왔지만 지금은 좀 나아졌다.

-촛불집회엔 어떻게 나왔나?
=쇠고기 수입 협상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대여섯번 정도 나왔다. 오늘은 혼자 왔다. 평소 신문·방송 등에서 폭력적 상황을 봤지만 직접 당해보지 않아 크게 문제될 게 없을거라 생각했다. 큰 코 다쳤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건가?
=일단 치료비는 당연히 청구받고 싶고, 기회가 되면 경찰을 상대로 소송도 할 생각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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